집안에 아픈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온가족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에도 비할 바 없는 큰 사랑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 할 것인데, 사랑은 늘 내리사랑이다.
정작 그 큰 사랑을 주었던 부모가 늙고 병들면 일상에 치이는 자식들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가 부모이던 기억마저 잃어가는 치매라면, 자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한 가정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기에 치매환자를 요양원에 모시기도 한다. 그 이유는 집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가족들 보다는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요양원이 치매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가 입원한 경우, 요양원은 어떤 주의의무를 부담하게 될까. 이에 관한 판례를 소개한다(2013고단1019).
피해자인(81)는 2013년 1월경부터 노인의료복지시설인 A요양원에 입소했다. A요양원은 피고인이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A요양원에 입소하기 전 수차례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는데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는 A요양원에 입소한 후에도 혼자서 요양원 밖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관리자들에게 2~3차례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2013년 3월경 오후 2시경 A 요양원 밖으로 나가 주변을 헤매던 중 그 무렵 물에 빠져 사망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A요양원의 책임자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진다면서 이를 위반한 죄로 기소했다. 피해자가 요양원 밖으로 혼자서 나가지 못하도록 출입상황을 단속할 수 있는 사람을 출입구에 배치하거나, 출입문에 피해자가 쉽게 열 수 없는 시정장치를 설치했여야 한다고 보았다.
또는 출입 시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피해자의 출입을 확인·단속하고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일단 피해자를 위탁받은 이상 피해자의 기본적인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피고인이 위탁받은 범위에 피해자의 기본적인 안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피해자의 치매가 심한 정도라는 점, 피해자가 이미 여러 차례 임의로 집을 나가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는 점, A요양원에서도 나가려고 한 적이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이 판결근거로서 고려한 점은 피고인의 사무실과 A요양원 출입문의 위치를 비롯한 요양원의 구조, 요양원 출입시설의 상태, 사건 당시와 그 전후시점에 피고인과 A요양원 직원들이 위치해 있던 장소나 이들이 하고 있던 활동 등이었다.
법원은 피고인이 치매환자였던 피해자를 위탁받은 범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리고 피고인의 부주의로 인해 피해자가 A요양원을 임의로 나갔고 이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따른 형사책임으로서 금고 6월,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받았다.
<기사 전문>
[오변의 판례 돋보기] 요양원을 나간 치매환자, 사망했다면 책임은 ? < 판례 돋보기 < 메디컬 < Health < 기사본문 – 세이프타임즈 (safetimes.co.kr)